대구 서문시장 나들이

얼마 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서문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서문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걸어서 예술발전소 전시회를 보러 가려했는데 하필 휴무일인지라 서문시장만 둘러보다가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매주 월요일이 예술발전소 휴무일이더라구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쪽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어릴 적 한 번쯤은 서문시장을 가보셨을 건데요. 저 역시도 아주 어릴 때 와보고 커서는 야시장을 몇 번 가본 게 다였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다른 지역분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아 보이고 못 보던 가게들도 많이 생겨서 재미있더라구요. 다들 맛집들을 어찌나 잘 아시는지 저는 정작 유튜브나 인스타를 보고 알게 되어 찾아가 보았답니다. 역시 관광지는 관광객이 가장 잘 아는 것 같습니다.

 

1. 모모마켓

모모마켓

부산의 시장들을 가보면 세계과자 판매하는 곳이 많잖아요? 대구에는 그런 곳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 사이에 한 곳이 생겼더라구요. 위치는 서문시장역 2번 출구에서 보이는 길로 들어가면 금방 나옵니다. 자칫하면 지나갈 수도 있으니 간판을 잘 보셔야 합니다. 아마 서문시장 내에서 유일하게 수입 과자들을 취급하는 곳인 거 같은데 크기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나름 요즘 릴스에서 본 것 같은 과자들은 거의 있더라구요. 요런 데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꼭 들러야 합니다. 결제는 카드는 안되고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해서 오래간만에 지갑에 묵혀둔 현금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인스타에서 보고 일본에서 파는 토마토 사탕이 너무 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마루가 오사카 갔을 때 꼭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정말 친구들이랑 다 같이 찾아도 도무지 안 보여서 못 사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토마토사탕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요. 당장 구매해서 먹어보았는데 토마토주스를 사탕으로 만든 것 같은 새콤달콤한 맛이더라구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이색적인 사탕의 매력에 빠져 몇 개씩 먹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파는 토마토 사탕은 짭짤한 맛이 난다고 했는데 제가 찾던 건 아마 이 브랜드의 사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에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을 가게 되면 구해와야겠습니다.

 

2. 삼미갈비찜

삼미갈비찜

점심은 찜갈비입니다. 현지인으로서 서문시장하면 늘 칼제비를 떠올리지만 이번에는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많이 보이던 삼미갈비찜 식당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위치는 모모상점을 구경하고 바로 사이골목으로 걸어가면 나오는 식당가 안에 있습니다. 맛은 일반적인 갈비찜보다 고기가 얇고 씹는 맛이 있으며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매콤한 양념 맛입니다. 

기본 돼지갈비찜 1인분과 밥 1공기 하면 만원이고 청국장이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밑반찬도 맛있고 솜씨 좋은 이모가 해주는 가정식 맛이라 싹싹 비우고 나왔습니다.

 

3. 서문빙수

서문빙수

밥 먹은 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잠옷도 한벌 사고 카페를 갈까 하다가 단무지 빙수가 생각나서 서문빙수를 방문했습니다. 위치는 조금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서문시장 2 지구의 지하 1층에 위치해 있고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옵니다. 지도보다는 주변 상인분들께 물어보시는 게 찾기 쉬울 것 같습니다. 많이 들어본 몽디김밥이라는 가게도 바로 이 근처더라구요. 가게는 엄청 작고 테이블도 5-6개 정도라서 사람이 많으면 한참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평일 낮이라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을 하고 선결제 후 조금만 기다리면 빙수가 나옵니다. 저희는 시그니처인 단무지 빙수를 시켰고 위에 망고 부분을 먼저 먹은 후 아래 우유얼음만 남았을 때 함께 나오는 인절미 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됩니다. 개인적인 후기로는 아래의 얼음 빙수는 맛있는데 위에 망고는 그날그날의 망고 컨디션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많다면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먹을 건 아닌 것 같고 망고보다는 기본 팥이 뿌려진 빙수가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빙수가 특이해서 와보았는데 여기서 엔시티 위시 멤버들이 자컨을 촬영했더라구요. 마루는 빙수를 먹다가 내가 앉은자리에 멤버들이 앉았을까? 하길래 이미 박박 청소해서 흔적도 없을 거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위시 팬 분들이라면 성지순례로 한 번쯤 방문하면 좋을 듯합니다.

 

시장 지하상가를 구경하고 있는데 아포칼립스처럼 사람들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까 근처에 산불이 나서 재난문자가 왔더라구요. 요즘 하도 산불이 많이 나니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는지 밖으로 나오니 시커면 연기가 보였습니다. 이 산불은 금방 안 꺼져서 다음날까지 소화작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잦은 산불로 지구가 걱정이 됩니다.

배가 불러서 땅콩빵이랑 카스테라를 먹지 못한 게 아쉽지만 또 다음이 있으니까요. 토마토 사탕을 우물거리며 3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3호선은 제가 학생일 때 생겼는데 이쪽으로 올일이 잘 없다 보니 타본 게 열 손가락 안에 꼽습니다. 항상 하는 얘기가 대구 지하철들은 한 번씩 사고가 났었는데 3호선은 사고 난 적이 없어서 한 번쯤은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만약 그러면 3호선은 지상철이니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야 하지 않을까 상상하는 극 N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