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대만 국립고궁박물관과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3일차, 예스진지 중에 스만 다녀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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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는 문화의 날입니다. 아침으로 맥도날드에서 든든하게 먹고 출발합니다. 익숙한 맛이 가장 맛있는 맛인 듯합니다. 야채 섭취가 부족한 듯하여 샐러드를 시켜보았는데 산뜻하고 초록색 콩이 인상 깊었습니다. 

식사 후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동했는데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듯 해 택시로 이동하였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나와 큰 길가에 우뚝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건너편에 있는 택시기사님이 건너오라고 손짓해 주었습니다. 누가 봐도 어리바리한 관광객 같았나 봅니다.

대만을 여행하며 느낀 건 굳이 택시 어플이 없어도 길거리에 택시가 많으니 잡는 건 어렵지 않은데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목적지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구글 맵으로 중국어랑 사진을 같이 보여드리면 관광지 쪽은 금방 알아보시고 이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폐를 작은 단위로 쪼개야 하는 이유는 잔돈을 동전밖에 안 가지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이지카드를 택시에도 사용할 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점은 계속 까먹고 있어서 저희는 현금을 사용했습니다. 여러분은 이지카드를 사용하시면 잔돈도 안 생기고 좋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까지는 택시로 25분 정도 소요 되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공원이나 유원지로 가는 길 같네요.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면 지하 1층이 나옵니다. 쑨원동상을 보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갑니다. 잠깐 들른 화장실도 고풍스럽게 생겼습니다. 안쪽에 무료 라커도 있으니 무거운 가방들은 여기 넣어두고 관람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트립닷컴으로 미리 예매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QR코드를 찍고 바로 통과를 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 본 크고 인자한 미소를 지닌 부처입니다. 역시 거대 조각상은 실물로 보는 것이 더욱 위압감이 있고 감정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전날에 미리 메인 작품의 위치에 대해 찾아 뒀는데요. 갔을 때는 옥배추만 볼 수 있었습니다. 옥배추와 고기돌은 둘 다 전시되는 경우는 드물고 둘 중 하나는 항상 전시 중이라고 합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먼가 외국인이 질문하러 서성인다 싶으면 직원 분이 cabbage? 하면서 친절히 안내해 주십니다.

박물관은 3층까지 있고 각 전시실 순서대로 찬찬히 돌아보시면 됩니다. 도슨트가 있으면 자세한 배경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겠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고궁박물관은 월요일이 휴무일이고 저희가 간 날은 여행사 3팀, 수학여행 온 일본고등학생 한 팀, 여러 시민들로 매우 북적였습니다. 사람이 많은 게 싫으시다면 아침 일찍 가시는 게 방법일 듯합니다.

기억에 남는 귀여운 물고기 접시들입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겨우 옥배추를 찍고 후다닥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전시실 바깥쪽에는 만화 그림체로 벽화를 그려 놓았습니다. 오른쪽의 물고기는 뜬금없이 있길래 찍었는데 알고 보니 물고기와 즐겁게 사진을 찍어서 페북에 공유하는 이벤트를 하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림이 너무 웃겨서 깔깔 웃다가 갑자기 둘만 웃고 있는 게 머쓱해서 사진을 찍고 나머지 전시실을 둘러보았습니다.

2층에 있는 기념품샵도 둘러보고 1층에서 짐을 찾은 후 지하 1층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기 전 배추모형과 트리장식.

지하 1층에 메인 기념품샵이 있습니다. 제가 사고 싶었던 건 옥슴도치였는데요. 직원분께 물어보니 품절이라고 해서 그냥 쓱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옥슴도치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요ㅜㅜ

이게 옥슴도치인데요. 릴스에서 보고 정말 한눈에 반했답니다. 

옥배추를 모티브로 해서 등에는 작은 메뚜기도 앉아있고 어두운 곳에서는 빛나는 형광 고슴도치예요. 가격은 한국돈으로 2만 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옥이니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치 않게 소비를 줄이게 되고 시무룩하게 미술관으로 이동합니다.

처음 택시를 내린 곳으로 나오면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있는데요. 그 버스를 타고 Ming Chuan University에서 내려 환승한 후 시립 미술관에 내립니다. 주변에 엑스포 공원이 있었는데 무슨 행사 중인 건지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 굉장히 크고 넓어서 구경해도 좋을 것 같았지만 저희는 바로 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박물관 보다 미술관이 더 좋았는데요. 입장료가 한국돈으로 천 원 정도밖에 안 하는데 사람이 많이 없어서 조용하고 다양한 그림과 조형물을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좋습니다.

마루와 제가 찍은 것을 보면 각자의 취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더라고요.

미술관 1층에 조그마한 부스 같은 기념품샵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1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폐장시간이 다 되어 정리 중이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일찍 갔다면 엽서 정도 구매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밖으로 나와서 노을 지는 하늘도 구경하다 버스를 타고 스린야시장으로 갑니다. 

대만의 버스도 경기도 버스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타려면 구애의 댄스를 쳐 주세요. (사실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하면 됩니다.) 아니면 쿨하게 떠나버린 답니다.

다시 Ming Chuan University로 이동해서 걸어갑니다. 스린야시장은 박물관과 미술관 사이에 있습니다.

가장 먼저 먹은 곱창국수.

발견하고 곱창국수가 맞나 싶어서 긴가민가 하고 있는데 상인 분이 한국어로 곱창국수 맛있어요! 어떤 사이즈로 드릴까요? 해서 스몰사이즈로 하나 주문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만 제2 외국어가 한국어 인 게 아닐까요? 다들 한국어를 너무 잘하세요.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테이블이 있다고 안내해 주셨는데 여기 뒤에 바로 사원이 있었거든요. 거기 보니까 다들 계단에 앉아서 곱창국수를 드시고 계시는 거예요 ㅋㅋㅋ 그래서 저희도 멀리 가지 않고 사원 쪽으로 가서 서서 먹었습니다. 

대만을 걸어 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사원이 많이 보이는데요. 뭐랄까 랑종 같은 동남아 쪽 사원 느낌이 나서 조금 무섭다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맡을 수 있는 익숙한 향 냄새는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어요.

고구마볼, 게살꼬치, 우유튀김 꼬치도 사 먹고 가챠샵에서 뽑기도 했습니다.

대학교 옆의 번화가에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이 매우 바글바글해서 기가 쏙 빨려버린 저희는 더 둘러보지 못하고 택시 타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미츠코시 백화점에 있는 딘타이펑 남서점에 방문했습니다. 2명 예약하고 1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위층으로 올라가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를 마시며 기다렸습니다.

아이스티와 망고사고, 그리고 수상한 아몬드밀크를 주문했습니다.

아이스티는 너무 달지 않아 좋았고 망고사고는 펄을 과하게 푹 익힌 것 같았지만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아몬드밀크...

저는 이 아몬드밀크가 안닌도후(杏仁豆腐) 일거라고 생각을 해서 주문을 했었는데 너무나 액체인 거예요. 스푼으로 떠서 한입 먹는데 아몬드브리즈 같은 게 아닌 정말 아몬드를 물에 불려서 간 맛이 났어요. 마루는 청산가리 맛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저희가 먼가 토핑 같은 걸 같이 주문해야 했는데 모르고 이것만 주문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예... 시도하실 생각 하지 마십시오.

그러고 딘타이펑으로 들어갑니다. 어쩌다 보니 여기도 8시가 넘어 마감시간이 다 되어갈 때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워낙 많이 방문해서 그런지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시는 한국어 전담 직원분들이 안내해 주셨습니다.

마루가 꼭 주문해야 하는 메뉴를 저장해 와서 그대로 주문을 했는데요. 샤오롱바오, 새우볶음밥, 산라탕, 비빔만두를 시켰습니다. 오이무침도 궁금했는데 마감 시간이라 품절이었습니다.

이거 주문하고 거의 고스란히 남겼어요. 정말 대만과 음식취향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샤오롱바오랑 새우볶음밥 정도 먹을만했고 산라탕은 너무 시고 비빔만두도 매운 향 나는 소스인데 뭔가 느글한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배고프니 조금 깨작이다가 나왔습니다. 딤딤섬은 맛있게 먹었었는데 딘타이펑은 취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백화점에서 나와 주변 옷가게들을 둘러보다 급 피곤해져서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잠깐 낮잠처럼 자고 새벽 3시쯤에 일어나 숙소 근처의 까르푸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자다 일어나서 점퍼만 걸치고 꾀죄죄하게 까르푸로 가 각자 카트를 끌고 이것저것 담아 계산을 합니다. 까르푸에는 큼직한 유제품들이 많고 한국술, 일본 간식등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저희는 관광객이라 즐겁지만 막 출근하신 직원분들은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굉장히 피곤해 보이셨어요. 다 그런 것이지요. 계산을 하면서 택스프리가 되냐고 물었는데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여권을 보여드려도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점마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꾸이린점에 가서 쇼핑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꾸이린점은 아예 택스프리 부스가 따로 있어요.

쇼핑한 것을 바리바리 들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해가 어렴풋이 보이는 이른 아침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어르신들과 불이 켜진 아침식사 식당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들 출근 준비를 할 시간에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니 너무 행복합니다. 

이 날은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 입니다. 11시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을 만끽합니다. 잠이 깨기 위해서 파인애플 맥주와 자몽음료를 마시며 캐리어에 짐을 챙겨 넣습니다. 자몽음료가 의외로 맛있었습니다. 가볍고 자몽껍질의 쌉싸름한 맛이 느껴지는 깔끔한 음료라 추천합니다.

쇼핑해 온 것들과 입은 옷들을 넣느라 빵빵해진 캐리어를 몸으로 짓눌러 꽉 닫습니다. 캐리어를 문 앞에 세워두고 잠깐 멍 때린 후 잠든 마루를 깨워 캐리어 정리하는 걸 도와줍니다. 여유롭게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 체크아웃을 한 후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