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새벽 1시 나트랑 깜란공항 도착.

이곳은 김해공항입니다. 이번 여행은 동대구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이동한 후 밤비행기로 나트랑에 도착합니다. 기차 같은 경전철과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풍경이 아름답네요. 부산에 왔으니 비행 전 마지막 식사를 돼지국밥으로 하려 했는데 가게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아 그냥 산책하고 온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캐리어를 돌돌돌 끌고 공항 안으로 돌아와 한식집을 찾았습니다.

김해공항 3층에 위치한 한식집 명가의 뜰입니다. 가격은 공항이라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여행 전 마지막 한식으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외국인 맞춤 느낌으로 놋그릇에 종류별로 조금씩 정갈하게 담아서 나오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저희는 궁중버섯불고기반상과 직화낙지소면반상을 시켜 먹었습니다.

밥 먹었으니 디저트 먹어야죠. 1층에 있는 요거프레소로 가서 음료 한 잔씩 시키고 담소를 나눕니다. 여기는 왜인지 사람이 없어서 둘이서 전세 낸 기분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위에 토핑 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맛있는데 음료는 그냥 그런 맛이라 또 한참 동안 요거프레소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 마시고 밖으로 나와 양치도 하고 짐도 재정비해서 수하물을 붙였습니다. 

대략 1시간 전 탑승구를 통과해서 면세점들이 있는 게이트로 들어왔습니다. 이 아이는 LG U+ 마스코트인 것 같습니다. 뒤에 지나가던 어린이가 유삐라고 하네요. 안녕, 유삐. 아무튼, 면세점도 좀 구경하다가 자리에 앉아서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3번 게이트와 익숙한 아보카도 부리또 리락쿠마입니다. 기내에서 꿀잠 자려면 필수죠. 같은 비행 편에는 가족, 친척, 모임 단위로 여행을 많이 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기내에 탑승하면 폰 충전을 할 수 없으니 보조배터리를 꽂아놓고 시간을 보낼 넷플릭스 영화도 다운로드하면서 기다립니다. 

게이트가 오픈한다는 방송이 들리자마자 참지 않는 한국인들은 바로 줄을 착착 섭니다. 비교적 앞쪽에 줄을 서서 빠르게 버스를 타고 탑승할 비행기 앞으로 이동합니다. 저희 바로 옆에는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앉았는데 아빠가 남자아이보고 비행기 탈 때 신발을 벗고 타라고 하니 아이가 아빠나 벗고 타라고 맞받아칩니다. 요즘 아이들은 속지 않는군요.

좌석 시트가 피카츄! 저는 유명한 포켓몬고 고인물입니다. 티웨이를 자주 타는데 포켓몬과 콜라보해서 좋습니다. 항상 수하물확인증도 포켓몬 배경이라 행복하답니다.

좌석 선택을 늦게 했더니 맨 뒤에서 두 번째 줄입니다. 맨 뒷줄은 비어있어서 선택을 잠깐 후회했으나 좌석을 젖혀 누워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쿠마 사진도 찍고 이제 비행기 모드로 바꾼 후 장장 5시간을 날아갑니다. 살면서 가장 긴 비행이었어요. 다운받은 것도 보고 노래도 듣고 했는데 시간이 가지 않던 마법.

마루의 요청으로 중간에 간식도 사 먹었습니다. 알토리맛밤과 프링글스&콜라 세트입니다. 이게 만원이에요. 오직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하더라고요. 저가항공이다 보니 아무것도 안 주는데 간식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알토리 맛밤이라는 브랜드는 처음 보는데 몇 알 없어도 맨들하고 보들보들한 게 맛있습니다. 다 먹고 정리를 해도 아직 시간이 남았던... 억지로 눈을 감고 뒤척뒤척하다 보니 그래도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엉덩이가 좌석을 뛰쳐나가기 직전 겨우 나트랑 깜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와아.. 육지가 보인다... 제발.. 내리게 해 줘...

공항에 내리니 후덥지근합니다. 나트랑의 첫인상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후 갠 다음날 같은 습한 날씨입니다. 한국에서 후디를 입고 오느라 몸이 끈적합니다. 이번에는 호텔 측과 잘 연락이 되어 공항에 내린 후 6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일찍 도착해 계신다고 해서 어디 계신가 두리번 해보니 영어로 적힌 이름 간판을 들고 출구 쪽에 앉아계셨습니다. 확인한 후 캐리어를 들고 차로 이동해 호텔로 갑니다. 선생님.. 뒤에 사람 있어요. 조금 천천히 가셔도..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라 들었는데 새벽인지라 40여분 정도만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공항 주위는 큰 리조트 몇 개 말고는 텅텅 비어있었고 다리 하나를 지나자 시내로 입성하는 것인지 화려하고 다양한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운전기사님은 호텔 앞에 도착해 캐리어까지 내려주신 후 떠났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호텔은 벤타나 나트랑 호텔입니다. 아고다에서 1박에 3만 원 정도에 예약을 했는데 깔끔한 객실과 수영장, 조식까지 제공해 주며 무엇보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어디든지 이동하기 편리했습니다. 실제 가족단위로도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고 학생들에게도 좋을 가성비 호텔이라 추천드립니다. 새벽시간이라 공항픽업 서비스가 40만 동이었는데 그랩을 타도 2만-3만 원 정도 든다고 하니 저렴하고 시원하게 잘 이동한 것 같습니다. 프런트에서 카드키를 받아 숙소로 올라갑니다.

초록색 조명을 살리려고 카메라 조명을 낮추었더니 뭔가 심령사진 같군요. 원래는 비행기에서 자고 숙소 도착하면 짐정리하고 좀 쉬다 바다를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피곤해 그냥 푹 자고 다음날부터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쿠마와 단란한 한때입니다. 몸에서 열이 안 내려서 집에서 챙겨간 쿨시트를 붙였는데 좋은 것 같더라고요. 몸에 열이 잘 오르거나 햇빛에 잘 타는 분들은 여유가 된다면 쿨시트도 챙기시면 좋을 듯합니다. 폰으로 한국소식도 구경하고 잘 도착했다는 카톡도 남긴 후 도로롱 잠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