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대구에서 제주를 거쳐 상하이 까지

상하이 여행 디데이, 생일 6일 전인 여행 첫날입니다.

지난 대만 여행과 달리 이른 오후 비행기라 밖이 밝은 모습입니다.

평일이라 공항이 한산합니다. 커다란 트리는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이번 여행에서는 제가 인형을 챙겼습니다. 작고 귀여운 한 뼘짜리 리락쿠마입니다.

마루를 기다리며 햇살 좋은 곳에 앉아 쿠마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마루는 본인 몸만 한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혼자 이민이라도 가는 걸까요?

수하물이 20kg까지 인데 18kg를 채워온 그녀입니다. 어쨌든 비행기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고 간식도 사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국내선은 1층인 줄 알고 가만히 기다리다가 탑승 1시간 전쯤 국내선 청사를 신설하였던걸 기억하고 부랴부랴 이동했습니다. 국내선은 2층 던킨 도넛을 지나 그 뒤로 건너가야 합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제주도를 가는 건 처음인데요. 마루가 알려줘서 바이오 등록이라는 걸 해 보았습니다.

한번 등록해 두면 신원확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로 대구 공항 국내선 수하물 붙이는 곳 옆에 셀프 등록 기기가 있으니 이용하시면 됩니다. 최초 1회는 신분증 확인을 해야 하고 그 이후로는 지문등록만 하면 되니 간편합니다. 등록을 마치고 수속 통과를 하려고 하니 저희는 트립닷컴을 통해 예약을 한지라 영문명으로 예약이 되어있어 여권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국내선일지라도 대행 사이트를 통해 영문명으로 예약을 한 경우 여권확인(영문명이 적힌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하니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름이 몽글몽글한 제주 하늘 풍경입니다. 대구공항은 군사기지 근처라 공항에서 그리고 이륙 직후에도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 기내에서 심심할까 봐 미리 다운받아 온 라이즈의 직캠을 보며 금방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돌하르방을 보니 제주도에 맞게 온 것 같습니다.

캐리어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픽사 스토어가 있어 잠시 구경하는 시간을 가지고 제주 공기를 쐬러 밖으로 나갑니다.

변함없는 야자수가 맞이해 줍니다. 약간의 습한 바다향이 첨가된 시원한 공기입니다. 

다음 상하이 비행까지 4시간 정도가 남아서 멀리 가진 못하고 공항에 있는 파리바게트에 가서 따끈한 빵과 커피를 사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 마음샌드가 꽤나 인기가 있는지 전용 키오스크도 두대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다이소에서 하나 남은 캬라파키를 샀는데 같이 열어보고 싶어서 소중히 들고 와 이날 열어 보았습니다. 귀여운 턱시도 샘이 나왔군요. 초콜릿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자리를 정리한 뒤 공항 안으로 돌아갑니다.

가만히 있다 괜히 꼬집힌 쿠마.

면세점에서 가족들 립스틱 하나씩 구매하고 탑승시작하면 빠르게 서서 기다렸다 탑승합니다. 

쿠마야 잘 지켜줘.

밖으로 보이는 야경은 계획형 도시처럼 중심부에서 뻗어나가는 동그란 모양이었고 언젠가 본 디즈니 영화에 나온 마을 같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는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렸고 공항을 보자 중국에 왔음을 실감하였습니다. 광활한 공항에 착륙하고도 한참을 달려서 비행기는 멈췄습니다.

넓고 깔끔한 공항입니다. 밤시간이라 사람이 얼마 없고 고요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잠시 화장실에 가고 싶다 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중국 소녀가 와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중국어를 못한다고 했더니 한국말로 한국인입니까? 하더니 번역기를 켜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짐 좀 맡아주실 수 있냐고 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번역체 말투이긴 했지만 발음이 자연스러운 것이 한류를 좋아해 한국여행을 갔다 돌아온 건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해외에서 한국말로 욕하는 건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면 중국 공항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지문등록을 하는 일입니다. 여권을 인식하면 한국어로 안내가 나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이하게 네 손가락씩 인식을 하더라고요. 영수증 같은 종이를 챙겨서 이동합니다.

마지막 수속 통과하기 전 근처에 앉아있던 직원분이 저쪽으로 가 입국수속서를 작성하라고 손짓합니다. 기내에서 받았으면 빨리 이동했을 텐데 털레털레 걸어가 작성을 합니다. 이때부터 스멀스멀 나던 담배냄새. 둘러보니 외국인들이 각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종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캡처해 온 걸 보며 종이를 채워나갑니다.

다 쓰고 줄 서려고 하니 아까 직원분이 또 손을 휘적하며 외국인 전용 통로로 가라고 합니다. 외국인 전용 통로는 텅텅 비어있어 백룸을 연상하게 합니다. 각자 서서 마지막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캐리어도 챙기고 밖으로 나오니 광활한 도로와 맞은편의 큼직한 건물이 보입니다. 5번 출구쯤에서 정각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는데 이리저리 물어봐도 저희 숙소는 없고 시간은 3분 남았는데 안 올 거 같아서 결국 근처에 서있던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첫날은 잠만 자고 이동할 거라 싼 숙소를 예약했는데 기사님도 잘 모르는 곳이었나 봅니다. 기사님이 지나가던 옆 택시에 물어도 잘 모르는 것 같았고요. 저기 주차장쯤에 세워서 뭐라 하시길래 번역기를 돌리니 이 근처인데 여기인지 저기인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일단 감사하다 하고 내려서 반대쪽부터 가봤는데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돌아오니 기사님이 안 가고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서서 지도를 보며 여기 근처인데.. 이러고 있으니 기사님이 걱정이 되셨는지 다시 내리셔서 근처 지나가는 사람이랑 편의점에 물어서 친절히 숙소 앞까지 알려주셨습니다. 고마워요! 따거!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숙소는 외관은 좀 오래돼 보였으나 내부 침실은 깨끗해서 괜찮았습니다. 복도가 백 룸 2입니다.

짐을 내려놓고 바로 편의점으로 가 먹을 것을 사 왔습니다. 가기 전 전기포트가 안 돼서 편의점에서 몸짓으로 물을 달라고 해서 따뜻한 물을 컵라면에 부어왔는데 돌아오니 전기포트가 되는 매직. 끓인 물을 컵에 따라 소시지를 데웠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왕왕 우유를 사 먹어 보았는데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자판기 우유에 물탄 맛입니다. 자기 전에 먹으니 포근포근하고 좋더라고요. 다른 날에도 사 먹었는데 얘는 왜 저런 두건 같은 걸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검은콩 우유.

단맛이 전혀 없고 검은콩에 있는 자연적 단맛도 빼앗은 맛인데 우유자체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상하이는 유제품이 괜찮은 곳인 것 같습니다.

먹고 나서 좀 쉬었다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중국 매트리스가 정말 푹신하고 좋았습니다. 추워서 히터를 틀었는데 따뜻해지니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 마스크팩도 하고 쿠마와 누워 잠들며 여행 첫날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