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생일 디데이, 도미노피자, CHAGEE, 푸동공항에서 노숙

6일 차, 임시정부,  점도덕, 자푸루차오, 와이바이두차오, 사진스팟

---

상하이 여행 6일 차, 생일 디데이인 아침입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맞이하는 생일이죠. 오늘은 숙소를 떠나는 날입니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나온 후 짐은 숙소에 맡겨두고 마지막 나들이를 다녀옵니다. 

첫끼는 바로 도미노피자입니다. 지난번 임시정부 가는 길에 보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마지막날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내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마 점심시간 피크가 지나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배달은 계속 들어오는지 직원들은 분주해 보였습니다. 알리페이로 주문을 하는데 결제화면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서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는데요. 직원분이 영어를 하셨어요. 번역기 킬 준비를 했는데 영어가 들려와서 오히려 당황한 거 있죠. 생각해 보면 미국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다들 한 분 정도는 영어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시킨 건 중국 시그니처 피자인 에그포테이토피자입니다. 이거 꼭 먹고 오세요. 단맛, 짠맛, 고소한 맛이 조합된 환상의 맛입니다. 위에 올라간 포슬한 토핑은 지난번 편의점 초밥 사진에서도 보셨죠?

러우쏭이라고 하는데요. 육포를 파우더 버전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칠맛이 장난 아니죠.

그리고 요런 것을 나눠주시는데요. 손 닦는 티슈 아니고 일회용 장갑 한쌍입니다. 저희는 한 손에 두 개끼고 먹었습니다. 저는 피자가 주력음식인지라 혼자서도 한판 가능하지만 평범하게 먹고 일어났습니다. 

마지막날은 다른 곳 가는 거보다 다시 한번 루원쇼핑몰에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저희는 차지로 갔어요.

뭐가 뭔지 잘 몰라서 보다가 그냥 베스트로 두 개 시켰습니다. 가격은 한국의 저가 프랜차이즈 정도네요. 저렴합니다. 마시면서 알게 된 것은 흔히 밀크티에서 화장품 맛이 난다고 하는 건 우롱차베이스이면 이런 맛이 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밀크티를 마십니다. 그러고 파란색 패키지가 좀 더 명품브랜드 패키지 느낌이고 빨간색은 그냥 중국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료를 받으러 가니까 직원분이 번호 확인 후에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영어 같은데 다시 물어도 뭐라는지 모르겠어서 미소와 고개를 끄덕였더니 저 종이가방에 담아주셨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마 테이크아웃을 물어보신 것 같아요. 분명 매장주문으로 선택했는데 외국인이라서 물어보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머쓱하게 종이가방을 들고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십니다. 참고로 저 종이받침의 단면이 날카로우니 손 조심하세요.

마시고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 씩 올라가며 구경합니다. 한층 올라가니 식당가에서 보이는 수조입니다. 장어와 자라가 흐느적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애완동물 샵을 보게 됩니다. 못 보던 종의 강아지 군요. 지나가다 코노도 있었는데 너무 쇼핑몰 한가운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어 밖에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체험하진 못했습니다. 조금 돌아다녔을 뿐인데 마루는 어디 앉고 싶다고 하더니 빈 안마의자를 찾아 떠납니다. 그녀의 18kg 캐리어 기억하시죠? 쇼핑한 것까지 넣었으니 얼마나 무거울까요. 잠깐 옮겼지만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쇼핑몰에는 꼭 안마의자가 있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따룬파에도 있을 정도니까요. 가장 짧은 코스인 15분-20분짜리 코스로 결제하고 앉아서 안마를 음미합니다. 가격은 15위안, 3000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희.. 빈 의자를 찾아서 오다 보니 바로 문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알게 뭔가요. 눈 감고 안마를 받으니 무릉도원입니다. 사실 중국 마사지도 받고 싶었는데 예약하는 걸 잘 모르겠어서 받지 못했는데요. 어느 정도 대리 만족 비슷하게 했습니다. 안마가 종료되고 약간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 이동합니다. 이래서 빈자리가 잘 없는 거였군요.

다음은 Holiland로 갑니다. 이번에는 매대가 가득가득 차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몇 개 사가고 싶은데 저희가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당장 먹을 마오쥔젤 하나만 사서 나왔습니다. 여심을 저격할 핑크 종이가방과 꽃무늬 포크입니다.

저희가 앉아있는 곳은 Holiland에서 한층 내려온 곳에 있는 휴게 공간인데요. 첨엔 식당인 줄 알고 앉아도 되나 눈치를 보다가 사람들이 휴대폰도 보고 뭔가 먹기도 하길래 저희도 따라서 앉았습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그렇게 빨리 팔리나 했더니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디저트를 달게 먹는 걸 좋아하는 지라 한국에서 파는 디저트의 단맛에 만족을 한 적이 잘 없거든요. 그런데 이건 정말 적당히 달아서 맛있는 맛입니다. 설탕 반숟갈 정도 더 들어가서 기분 좋게 단 맛이에요. 게다가 겉에 있는 크레이프 부분이 눅눅하거나 질긴 느낌도 없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입니다. 포크 하나로 감탄하며 사이좋게 나눠먹었습니다. 

휴게 공간 옆에 있는 곳은 외국 식료품점이었는데요. 여기도 일본제품이 많이 보이네 하고 뒤돌아보니 한국 식료품이 가득입니다. 역시 맛있는 건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비빔밥이 인상적이네요. 뱀 캐릭터 인형들이 귀엽습니다.

지나가다가 행사를 하는 것 같길래 한참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경매를 하는 건지 추첨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언어를 모르니 어려울 따름입니다. 나름 경호원도 있고 해서 팬사인회라도 하는가 싶어서 봤는데 흥미가 떨어져 자리를 이동합니다.

얼추 볼만한 곳도 다 가본 거 같고 앉아서 쉴 곳이 필요해 헤이티로 왔습니다.

안 먹어본 버블티류로 시키고 잔에 붙은 스티커를 떼서 보조배터리에 붙입니다. 역시 원조 흑당 버블티는 맛있습니다. 망고 음료는 냉동망고가 밋밋한  맛이긴 했지만 코코넛밀크와의 조화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멍 때리며 폰 충전을 하다가 문득 저녁에 공항에서 노숙해야 하는데 일찍 가야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해서 숙소에 캐리어를 챙기러 갑니다.

너무나 익숙해져서 집 같아진 숙소와 이제 안녕입니다. 택시를 불러 캐리어를 싣고 공항으로 갑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헤드뱅잉 하면서 입 벌리고 꿀잠을 잤습니다. 입이 벌어지는 건 느껴지는데 다무는 게 안 되는 그 느낌 아시나요. 허허 공항주위에 오면 조명이 화려한데 그 불빛을 보고 다 온 줄 알았습니다. 비몽사몽 한 와중 블로그에 넣을 사진 찍어야 한다고 카메라를 켰습니다. 네.. 뭐가 나온 진 모르겠고 밤에 택시 탄 사람이란 것만 유추할 수 있겠네요.

게이트 입구에서 짐 검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광활한 공항입니다. 저희는 춘추항공 비행을 이용할 예정이라 아주 끝인 J구역입니다. 카트에 캐리어 탑을 쌓아서 저 끝까지 터벅터벅 걸어가서 무인발매기를 누르니 뜨질 않습니다. 뭔가 싶어서 옆에 기계도 쳐다보고 있으니 지상직 승무원분이 오셔서 안내해 주십니다. 내일 아침비행기면 아침에 3시 반부터 수속을 시작하니 직접 와서 하면 된다고요. 공항이라 영어가 유창하십니다. 표는 내일 아침에 하면 되니 저희는 이제 구경하고 잘 곳을 찾으면 됩니다.

지구본 같은 패딩을 입은 어린이가 부럽습니다. 저도 유모차에 타서 누가 끌어주면 좋겠네요. 기념품 샵이랑 MUJI도 있어서 둘러보고 밥 먹을 곳을 찾습니다. 저희는 제1터미널 인지라 선택지가 별로 없었는데요. 

카트 끌고 2층 푸드코트에 가서 라멘을 시켜 먹었습니다. 공항 식당에서 영어가 안 되는 기적을 맛보고 겨우 가리키며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진동벨인 줄 알았던 저것은 알고 보니 플라스틱 번호표였을 뿐이었습니다. 직원분이 직접 오셔서 음식을 가져다주시고 번호표를 가져가십니다. 맛은 솔직히 그냥 먹을 수 있다 정도였고 추천할 맛은 아닙니다. 마루는 입맛에 전혀 안 맞는지 이게 뭐야 하면서 끼적끼적 라멘을 먹습니다.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겨우 두 자리 나란히 있는 곳에 앉았습니다. 그나마 의자 아래쪽에 케이블 충전을 할 수 있어서 잠깐 꽂아놓았습니다. 이미 충전코너는 발 빠른 분들이 캐리어를 의자 삼아 앉아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앉아서 충전하며 주무시려는 것 같은데 좀 위태로워 보입니다. 마루는 블로그들을 한참 찾아보더니 제2터미널까지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넘어가자고 합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식당이랑 노숙할만한 소파가 있다고요. 

처음에 멋 모르고 저 게이트 밖으로 나갔는데 다시 들어와서 또 짐검사 하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밖에는 광활한 도로 뿐이라 걸어서 갈 수 없어요. 반드시! 지하로 내려간 후 지하철 타는 곳을 따라 쭉쭉 걸어가세요.

터미널 넘어갈 때도 또 짐검사를 해야 하는데요. 슬슬 짜증이 올라오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나라 법인걸요. 또 캐리어를 번쩍 들어 컨베이어에 올리고 통과해서 걸어갑니다.

이쪽에 오니 로손도 보이고 서브웨이랑 스타벅스 등등 보입니다. 푸드코트나 간식류로 여기가 더 다양하게 파네요. 마루는 진작 여기 올걸. 괜히 맛없는 라면 먹었다고 억울해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상하이에 도착한 날 내린 곳이 여긴 것 같군요. 노숙할 소파가 있다는 곳은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푸동공항에서 노숙 스팟으로 유명하더라고요;; 제2터미널 G구역에 있습니다. 

음료 한 잔씩 시키고 어슬렁거리다 소파자리가 비길래 얼른 짐을 두고 앉았습니다. 확실히 아까 좌석의자보다는 편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베스트 자리는 입구에서 들어오면 바로 안쪽에 있는 좌석들입니다. 일자로 된 소파에 충전까지 할 수 있거든요.

매대 왼편에는 굿즈랑 원두도 팔았는데 이목을 끌만한 예쁜 굿즈는 없었습니다. 11시쯤 되니 직원분들이 퇴근하시면서 펜스를 치고 가십니다.

흔한 천장 풍경. 퇴근하시면서 천장 조명도 꺼주시면 안 되나요?

다들 주무시니 짐 걱정은 안 되는데 천장은 빨갛고 자리를 찾아 헤매는 다른 여행객들의 발소리와 캐리어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계속 들립니다. 아까 택시에서 너무 꿀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더라고요. 폰 보다가 알람 맞춰놓은 후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캐리어 무게가 걱정이 된 마루는 조금 일찍 가보자고 해서 2시 반쯤 제1터미널로 넘어갔습니다. 우리나라 공항에는 흔히 있는 저울이 잘 없더라고요. 있어도 기내수하물 체크용이라 7Kg가 최대인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신발 세 켤레를 제 백팩에 넣고 옷들을 기내용 가방에 넣고 분산했는데도 결과가 22Kg입니다. 수하물이 20Kg까지 인데 말이죠. 수하물 무게가 넘으면 안 봐주고 짐을 버린다더라 그런 글을 봐서 쫄아있었는데 다행히 무사통과 되었습니다. 사전에 수하물 무게 추가 하면 되었는데 신청 시간이 지나버려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수하물을 보낼 때는 버저가 울려서 승무원분이 다시 꺼내오셨는데 두 번째로 보낼 때는 조용히 통과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때가 춘절기간이라서 다들 짐을 많이 들고 다니니 봐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죠.

이제 내려가서 탑승구 쪽 의자에 앉아 기다립니다. 새벽시간인데도 아이들은 활기차게 하하 호호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시간이 다되니 공항 셔틀버스가 와서 빽빽히 낑겨타고 비행기 앞에 내립니다. 저건 아침이라 흐린 건 아니고 미세먼지입니다.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사람들을 따라 탑승합니다. 이 비행기에 저희랑 한 가족 빼고는 전부 중국인이었습니다. 제주도에 다들 땅이라도 보러 가시는 건지 몸에는 명품을 두르고요. 

제주도로 가는 풍경은 구름이 몽글몽글하고 화창한 것이 너무 예뻤습니다. 마루는 옆에서 램수면에 빠졌죠. 저도 피곤했지만 혹시나 안내사항을 전달받지 못할까 봐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중국 승무원 분이 하고 계신 메이크업을 보고 있으니 에스파 닝닝의 셀프메이크업 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눈썹의 각을 살려 얇게 그리는 게 인기인가 봅니다.

폭신폭신 구름

밖으로 나오니 귀여운 비글이 수하물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무얼 검사하는 걸까요. 냄새를 오래 맡으려는 캐리어가 드문드문 있었는데 쓰다듬어 주실 뿐 따로 조치하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다들 한마음으로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직 집은 아니지만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한국어인가요. 다음 포스팅으로 여행기는 마무리가 됩니다.